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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페이스북, 우버 같은 플랫폼을 소유하고 운영할 수 있을까?

찐쩐 2023. 4. 24. 16:35

Nesta, Co-operatives UK ‘플랫폼 협동조합’ 보고서 인사이트

*Jun 6, 2019 작성
 

인트로

제가 영국에 살고 있구나를 느끼는 순간 중에 하나는 주말 오후 5시쯤이면 카페와 가게가 문을 닫는 거예요. 서울서 살았을 땐 바로 집 앞에 24시간 편의점이며 카페가 있어서, 주말의 여유를 만끽하다 느지막이 나와 커피 한잔을 시켰었는데 말이죠.

Town에 나가면 한번 이상은 꼭 발견하는 딜리버루 기사 ⓒ Forbes

지금은 전혀 다른 조건에서 살고 있어요. 인구 10만의 영국 소도시에 사니 간단한 장을 보러 가거나 물건을 살 때 무조건 자가용이 필요한데요. 나가기 번거로울 땐 아마존에서 클릭 한 번으로 필요한 것을 주문해요. 프라임으로 주문하면 바로 다음날 집 앞으로 배송되니 무척 편하더라고요. 영국에서 아마존뿐만 아니라 Deliveroo(식음료 배달 업체)라는 플랫폼도 어딜 가나 쉽게 볼 수 있는데요. 맥도날드와 프랜차이즈 음식점에는 언제나 자전거를 타고 들어온 딜리버루 기사들이 배달할 음식을 기다리고 있어요.

 

사실 이런 편안함 뒤에 제가 묵인하고 있는 불편한 진실이 있습니다. 벗어나기 힘든 편안함을 안겨주는 아마존, 우버, 페이스북, 구글과 같은 글로벌 플랫폼은 사용자와 판매자가 만드는 데이터를 이용해 수익을 축적하고 있죠. 구글에서 검색한 결과가 모 미디어의 뉴스 기사를 읽으면 계속 광고로 따라붙고 하잖아요. 페이스북의 개인 정보 누출, 우버의 운전자는 최저임금 수준의 수입만 얻는 등 여러분도 뉴스에서 심심치 않게 플랫폼 경제의 어두운 면을 담은 기사를 접해보셨을 거예요.

 


웹 기반 플랫폼은 우리의 일상생활을 지배합니다. 사용자 친화적인 서비스를 아주 저렴하고 편리하게 제공합니다. 그러나 기존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은 사용자 데이터를 수익화하는 것에 의존하며, 종종 사생활과 노동자의 권리를 무시합니다. 대안의 시간입니다.
“Web-based platforms dominate our daily lives, offering new customer-friendly services cheaply and conveniently. But the standard platform business model relies on extractive financing, the monetisation of user data and often disregards privacy and workers’ rights. It’s time for an alternative.”

Ed Mayo, Secretary General, Co-operatives UK

대안을 찾아서

그러던 어느날, 런던에서 Nesta*와 Co-operative UK**가 흥미로운 행사를 연다는 소식을 접했어요. 바로 플랫폼 협동조합에 대한 보고서를 발간하고 이를 기념하는 행사였는데요. 보고서 ‘자본의 수수께끼를 푸는 플랫폼 협동조합(Platform co-ops: solving the capital conundrum)’에서 저의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는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을지 두근두근 기대하는 마음을 안고 행사에 다녀왔습니다.

ⓒ Co-opertaives UK  홈페이지

플랫폼 협동조합(Platform co-ops: solving the capital conundrum)’이란 보고서에는 1. 플랫폼 협동조합이 무엇인지 2. 왜 우리에게 필요한지 3. 더 많은 플랫폼 협동조합이 생기고 성장하려면 어떤 것(주로 펀딩)이 필요한지를 다루고 있습니다.

* 전 세계 사회혁신과 관련된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영국국립과학기술예술재단입니다.
** 영국 내 1,000여 개 협동조합을 연결하고 협동조합의 가치를 홍보하는 영국의 협동조합 지원센터입니다.

 

플랫폼 협동조합은 무엇인가요?

‘플랫폼 협동조합(Platform cooperative)’은 쉽게 말해 페이스북, 우버, 에어비앤비 같은 플랫폼을 만드는 협동조합입니다. 플랫폼 협동조합은 디지털 플랫폼을 구성하는 모든 이해 당사자들(서비스 개발자, 제공자, 이용자)이 공동으로 주인이 되고, 플랫폼의 운영 방향을 함께 결정합니다.

 

왜 플랫폼 협동조합이 필요할까요?

거대 테크 기업은 사용자의 개인정보 보호와 노동자의 권리와 같은 윤리적인 부분은 크게 고려하지 않고, 수익 극대화라는 목표를 향해 달립니다. 플랫폼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사용자는 개인 정보 공개와 이용에 대한 권리마저 거대 테크 기업에 고스란히 안겨줘야 합니다.

그런데 플랫폼 협동조합은 다릅니다. 플랫폼 협동조합은 ‘수익 극대화’ 그 이상의 것을 봅니다. 협동조합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목표가 아닙니다. 대신 공정성, 조합원들의 의사결정 참여, 공정한 보수, 장기 계획과 같은 다른 목표에 우선순위가 주어집니다.

 

상생과 연대를 이루는 플랫폼 협동조합

협동조합이 기존 비즈니스 모델에 비교해 어떤 장점이 있는지 아래와 같이 설명합니다.

  1. 협동조합은 민주적으로 조직을 운영하기 때문에 이직률, 임금 격차가 다른 비즈니스에 비해 낮습니다.
  2. 조합원이 공동 소유하고 운영에 의사결정권이 있어서 기존 비즈니스보다 더 높은 생산성을 보인다고 합니다.
  3. 그러기에 협동조합으로 시작한 조직은 기존 기업보다 (처음 5년을 버티는) 생존율이 2배 더 높다고 합니다.

보고서에는 상생과 연대를 이루는 대표적인 플랫폼 협동조합을 소개합니다.

ⓒ Resonate 홈페이지
  • Resonate(resonate.is): 블록체인 기반 스트리밍 음악 플랫폼. 아티스트, 이용자와 플랫폼 뒷단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협동조합원이 됩니다. Resonate의 아티스트는 애플 뮤직, 스포티파이, 사운드 클라우드 같은 기존의 스트리밍 서비스에서보다 2.5배 더 높은 수익을 분배받는다고 합니다.
ⓒ UP&GO 홈페이지
  • Up&Go(upandgo.coop): 주문형 청소 서비스 플랫폼. 저임금에 시달리던 뉴욕시의 이주 여성들이 ‘노동자에게 공정한 임금을 분배한다’는 기조로 만들었습니다. 조합원의 대부분은 여성이고 수익의 95%는 노동자가 5%는 플랫폼 유지 비용에 쓰입니다.
ⓒ MIDATA 홈페이지
  • MIDATA(midata.coop): 스위스 건강 정보 플랫폼. 조합원이 자신의 의료 기록, (스마트폰으로 트랙킹 한) 각종 건강 정보를 연구소에 판매하고 수익을 얻어가는 구조 입니다. 조합원이 자신의 데이터에 주인이 되고 어떻게 이용할지를 결정하며 그에 따른 이익을 챙길 수 있죠.

기존의 글로벌 플랫폼과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며 노동자와 소비자의 권리를 중요하게 여긴다면 저는 협동조합이 만든 플랫폼을 이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버의 저임금 노동자들은 어떻게 디지털 경제를 혼란에 빠뜨리는가(Uber-Worked and Underpaid: How Workers Are Disrupting the Digital Economy)』 저자 트레버 슐츠(Trebor Scholz)도 ‘플랫폼 협동주의(platform cooperativism)’가 플랫폼 자본주의와 연약한 노동 구조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플랫폼 협동조합이 더 많이 생기려면 어떤 게 필요할까요?

(행사가 열린 2월 중순 저자인 Simon Borkin이 아이를 갖게 되어) Co-operatives UK의 사무총장 Ed Mayo가 인사말을 대신했다. 200여 명 정도의 참가자들이 모인 제법 큰 규모의 연구 보고회에서 플랫폼 협동조합에 대한 관심과 열정을 십분 느낄 수 있었다. ⓒ Co-operatives UK Twitter

사실 플랫폼 협동조합은 어렵습니다. 협동조합의 가치를 실현하면서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춰야 하기 때문이죠.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자본 투자를 받아 규모를 키우는 것인데, 플랫폼 협동조합은 기존의 벤처 투자자에게 크게 매력이 있지 않습니다. 그들의 투자 기준은 건강한 노동 구조처럼 수익화할 수 없는 것보다 피투자 회사의 미래 가치가 얼마나 불어날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게다가 플랫폼 협동조합은 소셜 임팩트 투자나 채권 같은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기업, 사회적 기업에 대한 투자와도 약간 결이 달라 임팩트 투자를 받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런던, 에든버러, 맨체스터, 브리스톨 등 영국의 주요 도시 내 인큐베이팅/스타트업 공간을 돌며 영국 전역에 ‘플랫폼 협동조합’ 안 들어본 사람 없게 활발히 홍보하고 있다.

수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불구하고 영국에서는 더 많은 플랫폼 협동조합이 생겨나고 그들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도록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습니다. 보고서에서는 플랫폼 협동조합 펀드(Platform Co-op Fund) 조성, 기존의 테크 기업이 협동조합의 가치를 채택해 운영하는 것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올해부터 Co-operative UK는 플랫폼 협동조합에 대한 인식을 넓히기 위해 창업 기업을 대상으로 설명회(Unfound Roadshow)를 열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로드쇼에서 만나고 연결된 사람들이 플랫폼 협동조합 펀드의 투자자 수요 풀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합니다.

 

우리도 페이스북, 우버같은 플랫폼을 소유하고 운영할 수 있을까요?

“보안의 요소 중 시스템의 투명성, 즉 이 시스템이 믿을 만 한지 보장할 수 있는 기술적인 장치가 오픈소스라고 생각합니다. 사용된 기술을 투명하게 공개해서 구성원 누구나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감시하고 개선할 수 있게 만드니까요. 기술이 소수의 엘리트와 투자자가 더 많은 재산을 획득하는 일에 우선 활용되지 않도록 말이죠. 즉 오픈소스는 공공재와 자원을 더 많은 사람이 누리고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들자는 민주주의 철학과도 맞닿아있다고 생각합니다.”
빠띠쿱 설립자 시스 (출처: ‘’아웃도어 브랜드가 웬 오픈소스?, 슬로워크)

시스 (Ohyeon)는 오픈 소스 철학을 위와 같이 풀어냅니다. 플랫폼 협동조합은 어떻게 하면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지, 공공을 위한 기술(tech for good), 책임 있는 기술(responsible tech)은 어떻게 구현할 수 있는지, 플랫폼을 만드는 과정과 노동자의 복지는 어때야 하는지를 고민합니다.

빠띠쿱의 대표적인 플랫폼 삼총사. ‘빠띠 함께만든당’은 아래와 같은 문구로 빠띠.xyz를 설명한다. ‘빠띠는 회원 여러분과 함께 만드는 공공재입니다. 어느 누구의 것도 아닌 우리 모두의 소유로 만들고 싶습니다.’

올초에 빠띠쿱이 사회적 협동조합이 되었다는 기쁜 소식을 전해드렸었지요. 빠띠쿱도 모두가 향유하는 플랫폼을 가꿔나가기 위해서는 빠띠쿱이란 조직도 민주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함께 의사 결정하고, 공동체 커뮤니티를 이루는 것이 협동조합의 핵심이자, 빠띠쿱 활동의 토대가 되는 가치입니다.

빠띠쿱도 여러분들과 함께 빠띠.xyz(parti.xyz), 빠띠 가브크래프트(govcraft.org), 빠띠 타운홀(townhall.kr)을 가꾸고 만들어 가는 플랫폼 협동조합입니다. 세상을 바꾸는 시민들의 일상 정치 참여플랫폼 빠띠 가브크래프트에서 오픈소스 프로젝트에 관심 있는 분들을 기다리고 있어요. 빠띠 가브크래프트는 깃헙(github.com/parti-coop/govcraft)에서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참고